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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이별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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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닷컴 고재신 시민기자
댓글 0건 조회 320회 작성일 23-09-0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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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보내기 위해 동네 카페에 책을 들고 나왔다. 아내와 함께 늦은 저녁에 카페로 향하는 도중, 밤공기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레몬처럼 상쾌했다. 소택지에 둘러싸인 늪과 연못 가운데 피어있는 풀숲에서는 청아한 울음소리가 풀벌레들의 합창으로 울려퍼졌다. 찌르르르르. 찌르르르르. 풀벌레들은 계절의 변화를 읊조리며 재능기부를 하는 것처럼 아내에게 재치있는 농담을 던졌다.

풀벌레의 울음소리는 여름의 향기가 사라지고 서글픈 느낌을 안고 있었다. 이번 여름은 폭주하던 열기가 꺾이며, 찬 기운이 새벽녘 창을 통해 밀려들어와 팔뚝에 오한감이 번졌다. 올해 여름에 바다를 가보지 못해 아쉬워하면서, 잠깐동안 미련한 여름에 대한 아련한 감정이 가슴을 스쳐지나갔다. 바닷가 해수욕장은 이제 문을 닫고 인파는 사라졌다.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는 산책하는 사람들과 개들의 그림자가 길게 이어져있다. 잘 가라, 여름아! 밤에 울던 매미들도, 옛 벗과는 거리가 멀어져버린 사람들도, 붉은 수박과 황도 복숭아, 찐감자와 옥수수에도 작별 인사를 보낸다.

언제였던가 나는 마지막으로 바다에서 몸을 담궜을까? 기억을 되짚어보면 꽤 오래됐다.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고, 고추냉이에 찍은 생선의 맛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문학에 푹 빠져있던 나는 고등학교 때 여름방학에 가출하여 동해안의 죽변이라는 곳으로 갔다. 강아지들이 놀고, 어판장에서는 생선의 비린내가 퍼져나갔고, 오징어잡이 배들은 정박해 있으며 잔물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극장에서는 오래된 영화가 상영되고, 초등학교도 있다. 어둠이 깊어질 때 오징어잡이 배들은 차례대로 해상으로 향하며 불을 밝히고, 밤샘 작업을 시작한 뒤 새벽에는 잡은 물고기를 실어서 돌아온다...

강원닷컴 고재신 시민기자

기사 작성일23-09-0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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