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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처럼 벗겨진 도색, 곳곳에 녹이 슨 시설… 암울한 분위기의 낡은 학교를 볼 때면 마음이 아팠다. 조금이나마 돕고 싶었다. 11년째 지역 학교를 찾아다니며 도색 봉사를 하는 김재식 씨(47)의 얘기다.

KT그룹 희망나눔재단은 올해 여섯 번째 ‘희망나눔인상’ 주인공으로 강원도 양양에서 도장·방수업체를 운영하는 김씨를 선정했다. 김씨는 이 동네에서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2013년부터 낡고 작은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도색 봉사를 해와서다. 그가 페인트와 붓으로 ‘새 옷’을 선물한 학교는 100여 곳에 달한다. 올해 도색 봉사를 한 곳만 네 곳이다.

김씨는 “아이들이 다니면서 꿈과 희망을 키워야 할 학교가 낡고 어두운 게 안타까워서 한 일”이라며 “이렇게 오랜 시간 이어가게 될 줄은 스스로도 몰랐다”고 말했다. 첫 도색 봉사는 2013년 사업장 인근 양양 회룡초등학교가 폐교 위기라는 소식을 듣고, 희망을 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한 통에 40만원이 넘는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해, 학교 하나를 도색하려면 1000만원이 들었다. 그는 “수십 명이 더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 벅찼다”며 “페인트값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일을 계기로 회룡초는 폐교 위기를 넘겨, 현재도 30여 명이 다니고 있다. 당시 도색 봉사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역 교육장이 방문하고 꾸준힌 관심을 약속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렇게 김씨가 11년간 도색 봉사를 하면서 쓴 페인트 값만 총 5억원이 넘는다.

그는 “예쁘게 단장한 학교는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자 동기부여가 된다. 학교가 아름답고 희망으로 가득한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의 희망나눔 봉사는 계속될 예정이다. 그는 “진정한 행복은 나누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학교에 새 옷을 선물하는 일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원닷컴 고재신 시민기자

기사 작성일23-10-30 16:19